집 바로 옆의 중랑천은 퇴근후에도 잠시 카메라 가방을 챙겨매고 나가 보는 곳입니다.
얼마전 이곳에서 꼬마물떼새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은 작은 행운이었습죠.
삑삑거리는 작은 새의 울음이 들리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이렇게 생긴 녀석 몇 마리가 잰 걸음으로 중랑천의 습지를 헤집고 다니고 있더군요.
어미 녀석이 나타나 저를 꼬드기는 작은 싱갱이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저물어가는 녘이라 훗날을 기약하였습니다.
며칠 후 날이 갠 틈을 타서 다시 꼬마물떼새 둥지를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미가 나와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품은 채 저를 영접하더군요.
"무...슨 일로 저희 집을 방문하셨...나요???"
꼬마물떼새 어미가 저를 경계하는 것은 물론 어린 새끼가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한 눈 파는 틈을 타서 꽁지 빠지게 내빼고 있는 바로 저 녀석입니다.
침입자(물론, 저를 지칭하는 겁니다. ㅡㅡ;;)가 쉽게 물러갈 듯 하지 않으니 부부가 모여 대책회의를 갖는 모양입니다.
"여보, 저 인간금방 갈 듯한 눈치가 아니네요?"
"당신특기가 있잖아? 뇌쇄적인 엉덩이를 까고 유혹해서 먼 데로 꼬드겨 가라구~ 이렇게 말야."
흠~ 어미가 엉덩이를 까 보이며날개도 불편한 것처럼 위장하고 저를 꼬드겨 봅니다.
"나 빙신이랑게? 나 좀 잡아 보드라고~~?"
꼬마물떼새 어미의 이런 습성은 이미 공부하고 나온 터인지라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습죠.
어미는 연신 다급한 소리로 비상 경계 경보를 발령합니다.
잔잔한수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새끼가 반대쪽 습지로 내빼고 있습니다.
몇 번의 싱갱이를 더 거친 후,작은물떼새 가족의 정서 안정을 위해 제가 후퇴했습니다.
어미는 새끼 근처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저를 지켜봅니다.
사진의 왼쪽 아래 부분에 아마 새끼가 숨어있는 듯 싶습니다.
며칠 후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좀 내렸습니다.
꼬마물떼새의 둥지를 찾아 보았지만, 밤새 불어난 물 때문에 둥지가 있던 근처는 이미 물이 범람한 이후였습니다.
꼬마물떼새 가족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부의 현명한 판단 아래, 새끼들도 모두 무사히 어느 다른 중랑천의 습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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