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 그리고 벌레들

장자못의 백로와 왜가리

빛을찾아서 2005. 5. 19. 01:54

서울에 접한 구리시 토평동은 처가가 있는 곳입니다.

마눌님께서 주말마다 행차하시는 관계로, 운짱인 저도 자주 가는 곳입죠.
점심 먹고 처가 근처의 장자못이란 연못 근처를 지나는데 백로가 눈에 띄더군요.

옳다꾸나~ D70에 80-200 2.8D (직진식)을 장착하고 본격적으로 출사에 나섰습니다.
백로 녀석은 미동도 없이 물고기의 준동을 기다리고,저도 담배 빨아가며 백로의 준동을 기다렸습니다.
음... 생태 사진 아무나 찍는 것 아닌 듯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죠.

파다닥~ 얼빠진 물고기 한 마리가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습니다.
우리의 백로... 즉시 응징 폭격에 돌입했습니다.


경계 위치로 돌아가는 백로의 부리에 멀쩡한 물고기 한 마리가 달려 있습니다.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백로가 다시 출격하여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회색 깃털의 경쟁자는 왜가리입니다.
하지만 실력에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F16과 팬텀의 차이 정도랄까요? 발진 속도부터 다르군요.
백로는 유유히 세번째 사냥에 성공하고, 왜가리는 헛물을 켭니다.


"어이~ 좀 나눠 먹자고~~" "꿈 깨더라고~~!" 수면이 붉은 것은 철쭉꽃 물이 들어서입니다.


이제 두 마리가 지켜 선 사냥터, 물고기들도 더 이상의 노출을 자제합니다. 백로도 왜가리도 소득이 없을 밖에요.
배부른 백로는 온갖 비행 자세를 선보이며 유유히 분쟁 지역을 빠져나갑니다. 좌: 모형 글라이더 자세 우: 스텔스기 자세


그리고, 스타워즈에서 다쓰베이더의 전용기였던 제국군 전투기 자세까지...


못내 아쉽지 않은척 매무새를 가다듬는 왜가리. 뒤통수의 멋진 깃털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2005년 5월 8일. AF 80-200mm 1:2.8D